2023. 12. 12 – 18 (오프닝 12. 12. 오후 6시)
참여작가: 김시원, 정유진, 이제
기획: 조은비
전시장소: 서울메트로미술관 1관 (서울 종로구 사직로 지하 130 3호선 경복궁역)
관람시간: 07:00 ~ 22:00 (12. 12 오후 5시 개막, 12. 18 오후 3시 종료)

서문 *english ver. below

역은 어디까지나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어떤 역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에 머무는 건 그저 잠시 뿐이다. 다음 행선지는 언제나 예비되어 있다. 스크린도어가 닫히면 열차는 출발한다. 역은 그렇게 장소와 장소를 연결하는 하나의 실체적인 매체로 기능하며, 따라서 우리가 역에서 하는 일은 ‘이동’과 ‘대기’로 제한된다. 그리고 만일 이마저도 수행하지 못한다면 (기다릴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면), 목적지에 가 닿을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고 만다.

근대 철학자들이 아케이드와 플랫폼, 일방통행로에 주목한 건 바로 이와 같은 제도화된 임시성 때문이었다. 자본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그 어디에도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며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쉼없이 떠밀려간다. 목적지는 이내 경유지가 된다. 더군다나 그 어딘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저마다 다르고, 그리하여 나의 현재는 다름 아닌 나의 좌표로 설명된다. 지금 나는 어느 위치에서 어떤 장소를 향해 가고 있는가, 갈 수 있는가.

현대미술이 자본과 깊숙이 연관된 건 이러한 매개의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미술 작업은 갤러리라는 제도 공간을 경유하여 상징자본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화이트 큐브 안에 놓인 사물은 그 무엇이든 미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렇게 갤러리는 미술 작업을 제도 언어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플랫폼의 기능을 하곤 한다. 즉, 작가의 스튜디오 밖으로 나온 작업은 갤러리를 경유함으로써 작품이 된다. 그러므로 탈정치 시대에 현대미술이 시장경제 속으로 빠르게 편입된 건, 그 목적지를 설정할 권한이 자본에 온전히 주어졌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종착지가 어느새 한 지점으로 수렴된다.

이 전시는 그러나 갤러리가 갖는 이 매체적 특성에 여전한 기대를 건다. 미술이 물리적 장소를 경유해 어떤 미지의 영역으로 갈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경복궁 역사 내에 위치한 ‘메트로미술관’을 일주일 간 경유하는 본 전시는, 따라서 오늘날 미술이 언제 어떻게 어디로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상상한다. 지하철 내부의 통행로이자 갤러리라는—제도적으로 설계된 동시에 제도적 틀에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본 공간의 다층성과 유동성은, 잠시나마 그 상상을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이다. 예정된 의미들은 기다리던 장소에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화이트 큐브를 지나친 무언가가, 관성적인 일상의 행렬로부터 시차를 벌리고, 고정된 선로를 변경하며, 끝내 피할 수 없는 듯한 종착지로부터 멀리, 아직 모르는 여정을 시작한다.

*본 전시 제목 《너무 늦지 않은》은 리베카 솔닛과 셀마 영 류튜나타부아가 편집한 기후 행동 앤솔러지 Not Too Late (Haymarket Books, 2023)에서 가져왔다.


디자인: 물질과비물질 / 사진: 홍철기 / 영상: 김시원
2023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Not Too Late
Date: December 12-18, 2023
Siwon Kim, Eugene Jung, LeeJe
Curated by: Eunbi Jo
Venue: Seoul Metro Art Center, Subway Line 3, Gyeongbokgung Station
Open hours: 07:00-22:00 (December 12, 5:00 PM - December 22, 3:00 PM)

Preface

A station is never a destination. Even if you "arrive" at a station, you would not stay there. There is always a next stop. When the screen doors close, the train departs. The station functions as a tangible medium that connects place to place, and as such, what we do in a station is limited to "moving" or "waiting." And if we can't do them both, our chances of reaching our destination are significantly reduced.

That very institutionalized temporality drew modern philosophers’ attention to “arcades”, “platforms”, and “one-way streets.” In the flow of capital, people are never fully settled anywhere; they are constantly drifting from here to somewhere else. Destinations become transit points. Moreover, as the "privilege" to access sets a hierarchy, my present status is presented simply by my coordinates. Where am I now, where am I going, and where “can” I go?

Contemporary art is not unrelated to this economy of mediation. Artworks are connected to symbolic capital through the institutional space of the gallery. In other words, any object placed in a white cube can become an object of aesthetic interpretation, and galleries often function as a platform to transport artworks to the territory of connotation; that is, artworks that leave the artist's studio acquire a certain meaning by passing through the gallery. Therefore, the rapid flows of contemporary art onto the market economy in this post-political era may dictate that capital now has been given full authority to set the destination of any artforms: The destination of arts converge on a single point.

This exhibition, however, still pins its optimism on the possibility that a gallery is anyhow a medium. It does not let go of the possibility that art can go to somewhere. The exhibition, which travels for a week through the 'Metro Art Museum' located in Gyeongbokgung Underground, thus imagines for itself how and when art can travel and how far it can traverse. The multilayered nature of the Metro Art Museum, which is both a passageway and will, for a while, take our imagination of arts in a different direction. Predestined meanings will not be dropped off where they are supposed to be arrived. Something that has passed through the white cube, staggered from the inertial procession of everyday life, altered its fixed course, and embarked on an as-yet-unknown journey far from its almost inevitable destination.

*This title is taken from the climate action anthology Not Too Late (Haymarket Books, 2023), edited by Rebecca Solnit and Thelma Young Lutunatabua.

Design: waterain
Printed by Intime
Organized by Eunbi Jo
Sponsored by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